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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저튼 가문이 쓰던 포크만 77가지?! / 포크의 역사

포크 양식에서, 고기ㆍ생선ㆍ과일 따위를 찍어 먹거나 얹어 먹는 식탁 용구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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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1 양손 나이프가 국룰 

포크가 등장하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보통 손으로 식사를 했어요. 나이프를 양손에 들고 먹는 것은 귀족들만 하는 가장 세련된 식사법이었죠. 1530년 네덜란드의 신학자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는 예의범절에 관한 책을 출판합니다. 그 책에는 ‘음식을 먹을 때 최대 세 손가락만 사용하고, 이것저것 만지작거리지 않는다면 냄비에 손가락을 넣더라도 예절에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었죠.
포크가 처음 도입된 건 7세기 초 중동의 왕실이었고, 11세기가 되어서야 이탈리아로 전해졌습니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서도 포크가 사용된 경우가 확인되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죠. 11세기 이탈리아의 포크는 두 개의 갈퀴를 가진 형태였습니다. 주로 부엌에서 고기를 썰고 나누는 데 사용되었어요. 갈퀴가 두 개였기 때문에 고기를 썰 때 움직이거나 뒤틀리지 않도록 고정할 수 있었죠.

Fig.2 귀족의 전유물 또는 조롱의 대상 

하지만 14세기까지는 포크가 널리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14세기 프랑스의 왕이었던 샤를 5세의 물품 목록에 은과 금으로 된 포크가 있었지만 포크는 손가락을 더럽히는 음식을 먹을 때만 사용했다고 해요. 식사용 포크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캐서린 드 메디치가 1533년에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프랑스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장식 정도로 여겨졌죠. 17세기 초까지도 영국에서는 손과 나이프로 고기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포크를 이용하는 것은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어 놀림거리가 되었습니다.
*캐서린 드 메디치는 이때 포크뿐만 아니라 향수도 프랑스에 소개했죠.

Fig.3 포크 모양의 변천사 

17세기 말부터 포크는 점점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모양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원래 포크의 두 갈퀴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었습니다. 긴 갈퀴로는 음식을 먹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점점 갈퀴의 길이가 짧아지고 가늘어졌어요. 또한 당시 포크는 음식이 쉽게 빠져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갈퀴의 숫자도 늘어나게 됩니다. 18세기 초 독일에는 네 갈퀴 포크가 등장해 오늘날과 모양이 같아졌죠. 5~6개의 갈퀴를 단 포크도 나왔으나 네 갈퀴 포크가 표준으로 굳어졌어요.
18세기 식사법은 나이프로 음식을 썰고, 그것을 포크 위에 얹어 먹는 방식이었죠. 앞서 이야기했듯이 초기의 포크는 굽어있지 않아 음식을 먹을 때 떨어트리지 않으려면 포크를 수평 상태로 유지해야 했어요. 게다가 일직선으로 뻗은 갈퀴가 입천장을 찌르는 일도 있었죠. 이 때문에 18세기 중반 무렵 포크의 표준 모양은 아치형의 곡선으로 발전합니다.

Fig.4 포크만 77가지 사용하던 브리저튼 가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가 되면 포크를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가 돼요. 심지어는 나이프를 이용하는 것이 몰상식하다는 인식까지 퍼지면서, 나이프 겸용 포크가 등장합니다. 1869년 은식기 제조 회사 리드앤바턴Reed&Barton 은 자르는 포크의 특허를 냅니다. 처음에는 만찬용과 디저트 포크를 출시했고 이어서 파이 포크, 구운 과자 포크로 영역을 확장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샐러드 포크, 레몬 포크, 피클 포크, 아스파라거스 포크, 정어리 포크 등 온갖 종류의 포크가 등장합니다.
20세기 중반 속도와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와 일반적인 집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온갖 종류의 포크는 유행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리드앤바턴(Reed & Barton)사의 식기 세트는 1907년 무려 77가지 품목에서 1965년 겨우 10가지 품목으로 줄어들었죠.

Reference.

헨리 페트로스키,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김영사, 2014
김지룡, 갈릴레오 SNC, 사물의 민낯, 애플북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