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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와 한 몸이 된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선글라스인데요. 추석 연휴에 라섹 수술을 했거든요. 6개월간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를 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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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선글라스도 시중에 판매 중인 브랜드 중에 가장 오래된 브랜드를 찾아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구입한 선글라스가 바로 레이벤 에비에이터였죠. 그런데 아뿔싸. 레이벤의 역사를 조사하던 중에 레이벤이 최초의 선글라스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레이벤보다 약 10년 앞서 포스터 그랜트이라는 회사에서 선글라스를 출시한 것이었죠. 국내 유통되고 있지 않아서 포스터 그랜트 브랜드를 몰랐습니다.(솔직히 들어본 사람 거의 없잖아요?!) 어찌 되었든 뒤늦게 포스터 그랜트의 역사를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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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초의 브랜드를 찾는다는 것은 상당히 모호한 일입니다. 대부분의 최초 브랜드는 없어졌을 테고, 문헌상 가장 오래되었기는 하지만 진짜로 최초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죠. 그리고 최초의 브랜드라고 하면 다들 역사와 전통이 있어 이야깃거리가 넘쳐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Fig.1 선글라스는 장애 보조도구?!
선글라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에스키모인들이 설원에 비친 햇빛에 눈을 보호하기 위해 썼다는 순록의 뿔로 만든 고글, 중국에서 증인신문을 할 때 판관들의 표정을 가리기 위해 수정으로 만든 선글라스 등의 기록이 있습니다.
Figure.1 제임스 에이스코프의 선글라스, 사실 그는 현미경으로 더 유명하다 ⓒGoogle Arts & Culture
그러나 오늘날 형태를 가지고 자외선 차단을 목적으로 한 선글라스는 1752년 제임스 에이스코프James Ayscough 가 최초로 제작합니다. 그는 초록색 혹은 파란색 렌즈를 사용해 선글라스를 제작했죠.
Figure.2 탈륨 원소를 발견하기도 했던 윌리엄 크룩스
1911년에는 윌리엄 크룩스William Crookes 가 새로운 자외선 차단 유리를 개발합니다. 이후 크룩스 렌즈는 ‘눈을 부시게 하는 빛을 거의 다 막아 주어 나이 든 눈이든 젊은 눈이든 편하게 해 준다’라는 문구로 홍보하며 런던의 윙게이트 안경사에서 판매했죠. 1922년에는 뉴욕의 바슈롬이 미국 내 상표권을 따내 크룩스 선글라스를 판매합니다.
하지만 에이스코프의 선글라스와 크록스 렌즈를 쓴 바슈롬 선글라스는 소비자용이 아니었습니다. 눈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보조기구에 가까웠죠. 그래서 선글라스를 구매하려면 검안사를 통해 주문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쓰이지도 않았죠.
Fig.2 할리우드와 썬탠이 만들어낸 선글라스의 인기
Figure.3 단발머리 유행을 주도했던 아이린 캐슬
최초로 소비자용으로 판매된 선글라스는 포스터 그랜트Foster Grant 에서 시작됩니다. 1919년 설립된 포스터 그랜트는 원래 셀룰로이드 플라스틱으로 여성용 머리 빗과 머리 장식을 생산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1920년대 중반 미국 사교계 스타인 아이린 캐슬Irene Castle 이 ‘캐슬 봅Castle Bob’이라 불리는 단발머리를 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단발이 유행합니다. 그러자 머리 빗과 머리 장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죠.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포스터 그랜트는 선글라스를 생산하고 1929년 애틀랜틱 시티의 한 가게에서 선글라스를 팔기 시작합니다.
운이 좋게도 당시는 선글라스가 유행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햇볕을 쬐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 여러 의학적 주장이 나왔는데요. 이로 인해 부유한 미국인들이 사막 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보냈죠. 그리고 이때 챙겨간 것이 선글라스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할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카메라 스포트라이트로부터 눈을 보호하고자 했고, 이때 사용된 것이 바로 포스터 그랜트의 선글라스였습니다.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같은 영화배우들이 쓰면서 포스터 그랜트 선글라스 인기에 더욱 박차를 가했죠. 게다가 포스터 그랜트는 셀룰로이드 플라스틱 성형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저렴하게 선글라스를 생산할 수 있었죠.
하지만 포스터 그랜트의 선글라스의 경쟁력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다른 경쟁자들도 선글라스를 생산하기 시작했거든요. 특히 1937년에는 레이벤이 등장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인기를 끌죠.
Fig.3 광고의 한 획을 긋다
Figure.4 우디앨런의 포스터 그랜트 광고ⓒebay.co.uk
1965년 포스터 그랜트는 "Who's That Behind Those Foster Grants?"라는 광고 캠페인을 합니다. 이 캠패인에는 우디 앨런, 라켈 웰치, 피터 셀레스, 앤서니 퀸 등 포스터 그랜트 선글라스를 착용한 당대 유명인들이 등장하고, 잡지의 연예인 화보 페이지처럼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한결같이 포스터 그랜트의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죠. 이 광고는 광고의 역사에서도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큰 성공을 합니다. 이 성공으로 포스터 그랜트는 선글라스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선글라스를 생산하는 곳이 되죠.
Fig.4 더이상 경쟁력이 되지 않는 저렴함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포스터 그랜트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습니다. 그렇다고 품질이 나쁘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기술개발을 꾸준히 해 1970년대 초 성형된 아크릴 렌즈를 선보이고 렌즈가 긁히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실리콘 하드 코팅을 개발하죠.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세계 패션 선글라스 시장은 명품 브랜드 시대로 진입하면서 명품 브랜드의 라이센스 선글라스를 생산하는 이탈리아의 사필로Safilo 와 룩소티카Luxottica 가 시장을 양분하면서 포스터 그랜트의 인기를 과거가 되었죠. 오늘날에는 저렴한 패션 선글라스 브랜드로서 포지셔닝을 하며 아직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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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엘버러. (2022). 거의 모든 안경의 역사.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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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ster Grant 공식 홈페이지. URL : https://www.fostergrant.com/abou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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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own. (Unkown). Joseph C. Foster. Plastic Hall of Fame. URL : https://plasticshof.org/members/joseph-c-f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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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 (2011).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 광고 - 포스터 그랜트, 1965. 네이버캐스트. URL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1237&cid=58789&categoryId=58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