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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가 근본인가?

햄버거
서양 요리의 하나.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빵가루와 양파, 달걀 따위를 넣고 동글납작하게 뭉쳐 굽는다.=햄버그스테이크.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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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뉴스레터 < 옛날엔 무슨 책이 유행이었을까? / 베스트셀러의 역사>에서 [보바리 부인]의 사진이 있어야 할 곳에 [악마의 시]가 올라가있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피드백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며 홈페이지에는 바로 잡아두었습니다.
햄버거의 역사를 찾아보면, 몽골의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몽골이 유라시아 대륙을 정벌했던 13세기에 몽골인들은 고기를 얇게 저며 말안장 밑에 넣고 다니다가 말 위에서 간편하게 먹곤 했는데요. 이 음식이 러시아에 전해지면서 몽골인을 뜻하는 타르타르를 따서 타르타르스테이크라고 불리게 되었고, 이것이 다시 함부르크로 전해져 햄버그스테이크가 되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상하게 이 이야기는 영어로 된 자료에서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제외해두었는데요. 혹시 영문 자료에서 찾기 힘든 이유를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Fig.1 햄버거의 시작은 소세지?

햄버거에 대해 가장 오래된 기록은 1763년 해너 글래스 Hannah Glasse가 쓴 [쉽고 간단한 요리기술 Art of Cookery, Made Plain and Easy]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진 소고기에 소기름, 후추, 정향, 육두구, 마늘, 화이트와인으로 만든 식초, 천일염, 레드 와인, 럼주를 섞어 내장에 소세지처럼 채운 뒤 훈연해서 만든 요리였죠. 이때 빵에 넣어서 먹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처럼 다진고기를 뭉친 패티(?)와 빵 사이에 넣어 먹었다는 점에서 햄버거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죠.

Fig.2 함부르크에서 시작한 햄버그 스테이크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는 다진 고기를 뭉쳐서 구워낸 것인데요. 이 역시 햄버거라 부르고 우리가 아는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오래되었죠. 우리나라에서는 햄버그스테이크 혹은 함박스테이크라 부르며 햄버거와 구분하고 있고요.
햄버그스테이크의 어원은 사실 독일의 함부르크Hamburg 에서 왔습니다. 19세기 함부르크에서는 다진 소고기 요리인 햄버그스테이크가 흔했거든요. 당시에는 냉장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선한 고기가 귀했는데요. 부패를 지연시키기 위해서 육포로 만들어 먹거나, 햄버그스테이크처럼 다른 재료와 섞어 먹었죠.
함부르크는 중요한 항구 도시였기에 많은 미국행 이주자들이 거쳐 가는 곳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뉴욕에는 함부르크 스타일의 음식들이 자리 잡았죠.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함부르크식 스테이크, 햄버그스테이크였어요.

Fig.3 햄버그 스테이크는 미국 하층민의 음식

ⓒdigitalcollections.nypl.org
미국에서는 유통 및 기술의 발전과 소고기 공급이 크게 늘면서 햄버그스테이크가 인기를 얻게 됩니다. 우선 19세기 초에는 독일의 기술자 칼 드라이스Karl Drais 에 의해 고기 분쇄기가 발명되면서 다진 고기를 대량생산 할 수 있게 되었죠.
19세기 후반에는 소에 대한 토지의 양이 증가하고 카우보이가 늘어나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의 소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 되었고요. 1880년대에는 구스타부스 스위프트Gustavus Swift 가 냉동열차로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면서 유통도 발전하죠.
이러한 발전으로 소고기 가격이 내려갔고, 그중에서도 분쇄육을 사용한 햄버그스테이크는 저렴한 음식이 되어 하층민들의 요리가 되었죠.
그렇다고 해서 질이 안 좋은 것은 아니었어요. 20세기 초에 업톤 싱클레어Upton Sinclair 가 미국 육류 산업의 음모와 부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정글]이라는 책을 출간하는데요. 이 책으로 인해서 미국인들이 육류 가공의 안전성에 대해 민감하게 되었고 식당 체인점들이 조리된 고기의 안전성을 증명하도록 강요하게 되었거든요.

Fig.4 지가 시초라는 사람만 수십 명인 햄버거

햄버거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고, 수많은 설들이 난무하죠. 햄버거의 시초라고 주장하는 설 중 다수는 박람회 같은 행사장의 노점상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인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① 1885년 뉴욕의 한 박람회에서 음식 노점상을 하던 프랭크와 찰스 멘체스가 소시지 샌드위치가 바닥나자, 다진 소고기에 커피, 흑설탕 등의 재료를 넣은 패티를 샌드위치 안에 넣어 판매했는데 이것이 성공하면서 정식 메뉴가 되었다는 설
② 오타가미 카운티 박람회에서 햄버그스테이크를 팔던 찰리 나그란이 아이디어를 내 1885년 햄버그스테이크를 납작하게 만들어 빵 사이에 끼워 판매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설
③ 플레처 데이비스라는 요리사가 서두르는 손님을 위해 쇠고기를 토스트 사이에 넣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설
④ 독일의 요리사 오토 쿠아세가 1891년 독일 함부르크의 한 우체국에서 두 개의 구운 빵 사이에 있는 프라이드 달걀과 함께 버터에 튀긴 쇠고기 패티로 만든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되었다는 설, 이외에도 수많은 설들이 있죠.
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설은 샌드위치의 변형이 아니라 둥근 빵으로 햄버거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유일하게 한 오클라호마주의 빌비 가입니다.

Fig.5 진짜 패스트 푸드 햄버거의 시초는?

화이트 캐슬의 모습 ⓒwrhistoricalsociety.com
사실 햄버거를 발명한 것으로 가장 유력한 사람은 화이트 캐슬이라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창업자인 월터 앤더슨Walter Anderson 입니다. 햄버거를 발명한 것이 아니더라도 패스트푸드로서 햄버거는 명백히 월터가 만들었죠.
그는 1916년에 캔자스주에서 햄버거를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햄버거는 서커스 공연장이나 도시의 가난한 지역에서 먹는 음식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월터는 이러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위생적인 조리법과 공장식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그래서 월터는 햄버거 계의 헨리 포드로 알려지기도 했죠.
화이트 캐슬은 공장식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어느 지점에서나 동일한 맛을 느낄 수 있었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테이크아웃 개념도 처음 도입합니다. 이러한 공로(?)로 최초의 패스트푸드점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화이트 캐슬의 성공에는 앞서 언급되었던 업톤 싱클레어의 <정글> 책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 책으로 인해서 대중들은 위생적인 햄버거를 원하게 되었거든요. 화이트캐슬은 이미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고, 대학과 협력하여 햄버거의 영양 품질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거든요.

Fig.6 맥도날드 시대

1950년대 맥도날드의 프렌차이즈 모집 광고
패트릭 맥도날드Patrick McDonald 와 그의 두 아들인 리처드Richard James McDonald 와 모리스Maurice James McDonald 는 캘리포니아 몬로비아 공항 근처에서 간이 레스토랑을 영업하는데요. 이 간이 레스토랑이 성공하면서 1940년 맥도날드라는 이름의 식당을 열게 됩니다. 이들은 식당의 매출을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의 수익이 햄버거에서 나오는 것을 파악하는데요. 이윽고 핫도그와 햄버거에 중점을 두고 이를 가능한 효율적이고 빠르게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맥도날드 형제는 햄버거의 조리 속도를 높이고, 생산량이 더 많은 특수 그릴을 디자인하고 특허받았고요. 식기류와 주방 기구들도 일회용으로 만들고, 식기세척기를 도입했죠. 이를 기반으로 맥도날드 형제는 1953년 레스토랑의 프랜차이즈화를 시작합니다.
이를 토대로 맥도날드는 1분 만에 햄버거를 서비스하며 드라이브쓰루 방식으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햄버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Fig.7 맥도날드의 뒤를 잇는 햄버거들

화이트 캐슬과 맥도날드의 성공으로 수많은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는데요. 그중 주목할만한 체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빅보이 Big Boy
빅보이는 1936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하는데요. 두 개의 쇠고기 패티를 넣은 햄버거와 더블데크 치즈버거가 이곳에서 만들어지죠. 또한 드라이브인 레스토랑 형식을 대중화합니다. 빅보이는 1967년에 메리어트 사에 팔리게 되는데요. 그 해에 맥도날드에서는 빅보이를 모방한 빅맥을 출시하죠.
1960년대의 버거킹 ⓒThe Wall Street Journal
② 버거킹 BurgerKing
코넬 대학교 학생이었던 제임스 맥라모어James McLamore 와 데이비드 에저튼David Edgerton 은 캘리포니아에 있던 맥도날드에 방문하고 영감을 받습니다. 이윽고 1954년 마이애미 교외에 인스타버거킹 InstaBurger King이라는 햄버거 레스토랑을 설립하죠. 버거킹의 핵심제품인 와퍼는 1957년에 만들어져 37센트에 판매되었어요.
1969년에 세워진 Wendy’s
③ 웬디스 Wendy’s
1969년에는 데이브 토마스Dave Thomas 에 의해 웬디스가 설립됩니다. 1970년대 후반이 되면 미국에서 맥도날드와 버거킹을 뒤이은 세 번째로 큰 햄버거 회사가 되죠. 웬디스는 냉동 소고기 패티가 아닌 신선한 소고기를 사용하여 햄버거를 만들어 차별화를 두었죠.

Fig.8 국내 햄버거 역사

롯데리아 소공점 개점 당시 모습 ⓒ롯데GRS
①시작은 롯데리아지만, 인기는 버거킹과 맥도날드
우리나라에 햄버거가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1979년 서울 중구 소공동에 롯데리아 1호점이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당시 이 지점의 인기는 대단해서 하루 평균 2,200여 개 햄버거가 팔렸고, 450원짜리 햄버거로 월평균 매출 3,000만 원을 기록했죠.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1980년대 초반에는 아메리카나, 달라스 등의 토종 햄버거 브랜드가 등장하는데요. 하지만 1984년 버거킹과 웬디스, 1988년 맥도날드 등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토종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밀려났죠. 국내에 상륙한 해외 브랜드들은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았는데요. 한때는 어린아이들의 생일파티 장소로 주목받기도 했었죠.
롯데리아의 불고기버거 광고 ⓒ롯데리아
②토종 프랜차이즈의 반격
해외 브랜드들의 강세에 눌려있던 롯데리아가 회심의 한 방을 날리게 되는데요. 바로 1992년에 출시한 불고기 버거였습니다. 햄버거를 한국식으로 재창조함으로서 어린이와 젊은 층뿐만 아니라 전 연령에 햄버거를 어필할 수 있게 되었죠. 롯데리아뿐만 아니라 1997년 사업을 시작한 맘스터치도 2005년 싸이버거가 히트하면서 인기를 끌게 됩니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면서 출혈경쟁이 일어났고, IMF 외환위기로 로열티를 감당하지 못한 많은 해외 프랜차이즈의 한국 운영사들이 사업을 포기했죠.
③프리미엄 수제 버거의 흥망성쇠
2000년대에는 파인다이닝을 표방한 수제버거 프랜차이즈가 유행합니다. 크라제버거가 대표적이고, 신세계푸드의 자니로켓, CJ푸드빌의 빕스버거, 아워홈의 버거헌터 등이 있었죠. 하지만 인기는 금세 사그라들고 크라제버거는 무리한 사업 확장 및 해외 진출 사업의 실패로 무너집니다.
다시 프리미엄 수제버거가 주목받게 된 것은 2016년 서울 강남에 쉐이크쉑Shake Shack 버거가 들어서면서인데요. 오픈 날 대기인원이 700명에 달했고 대로변까지 줄이 이어져 3시간 이상 기다려야 먹을 수 있었죠. 최근에는 고든 램지 버거가 아시아 최초로 잠실에 열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Fig.1’s History

<수제버거를 깔끔하게 먹는 법>
처음 수제버거를 먹었던 것은 수능이 끝난 고3 겨울의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남자 고등학생 세 명이 해방감에 놀아보겠다고 이태원에 간 것이었죠. 하지만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고 제대로 놀아본 적 없던 우리는 술집도 클럽도 들어가지 못하고 쭈뼛쭈뼛 거리만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점점 말이 없어져 가던 차에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야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이태원까지 왔는데 뭐라도 맛있는 거 먹어야 되지 않겠냐" "그래 근데 여기 뭐있냐?" "몰라 근처에 괜찮아보이는 곳 들어가자"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맛집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거리를 걸으면서 근사해 보이는 레스토랑은 꽤 많이 마주쳤지만 이제 막 수능 끝난 학생들이 갈 수 있을 만한 곳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띈 곳이 크라제 버거였죠. 프렌차이즈라서 만만해 보이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특별해 보였던 수제버거를 파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조차 처음 접하는 수제버거 앞에서 어떻게 먹는지 몰라 쩔쩔 헤맸습니다. 결국 세 명 모두 햄버거를 다 분해해서 먹었더랬죠. 우리는 놀 줄도 먹을 줄도 모르는 녀석들이구나 하는 패배감에 분해하며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그사이에 꽤 근사한 레스토랑도, 클럽도 가봤습니다. 무엇보다도 수제버거는 아주 깔끔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제버거를 깔끔하게 먹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첫째,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운데 꽂아주는 나무 꼬챙이(?)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둘째, 포크는 잘리는 쪽에 안정적으로 꽂아주고, 포크와 꼬챙이에 너무 가깝지 않은 곳을 나이프로 잘라줍니다. 셋째, 그렇게 방향 별로 네 번을 먹으면 가운데 나무 꼬챙이가 꽂혀있는 네모난 부분만 남습니다. 나머지는 꼬챙이를 들고 먹던가, 포크로 찍어 먹으면 끝이죠.
가끔 수제버거를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면 어떻게 그렇게 깔끔하게 먹냐고 묻곤 합니다. 그럴 때면 이렇게 대답하죠. "수제버거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Insight.

사소한 것들의 역사를 조사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거시적인 사회의 변화와 상대적으로 미시적인 기술의 변화가 물건이나 음식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그 물건이나 음식의 발전이 또 다른 것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요.
햄버거의 역사에서도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이주와 육류 유통 및 고기 분쇄기의 발전이 큰 영향을 미쳤고요. 본문에는 안 나와 있지만 미국 중산층의 등장과 자동차의 보급이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패스트푸드가 나오는 데 영향을 미쳤죠.
그러니까 미시사를 조사할수록 거시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Reference.

조시 오저스키. (2008). 햄버거 이야기. 재승출판.
햄버거 업계 40년사 별식에서 주식으로 탈바꿈하다. (2020.05.). 월간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