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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요약 먼저,
사진은 [특수한 일상의 추상화]이다
추상화가 잘 되었다는 것은 구분이 모호한 것들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범주화해 단순하게 표현해내는 것이다.
좋은 사진은 피사체와 구도, 빛 등을 연출하여 명확한 메세지나 개념, 감정 등을 표현해내는 것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취미 중의 하나는 사진이 있습니다. 한때는 스냅사진도 열심히 찍으러 다녔는데요. 어느 순간 권태기가 왔습니다. 사진 스팟으로 유명한 장소에 가서 비슷한 포즈로 스냅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거든요. 이럴 거면 그 장소에서 잘 찍은 스냅사진에 비교해서 내 사진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라고요. 그래서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고민해왔습니다.
 사진은 무엇일까?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기 이전에 사진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으로 [특수한 일상의 추상화]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말이 어려운데요. 쉽게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전설적인 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대표작 중에 '쓰러지는 병사’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스페인 내전 당시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는 병사를 포착한 사진으로 전쟁의 폭력성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으로 평가받죠. 그러니까 사진을 통해 한 개인의 죽음이라는 구체적인 일상을 전쟁의 폭력성을 상징하게끔 추상화한 것이죠.
그 반대에 있는 것은 문학과 영화입니다. 이들은 [추상적 일상의 구체화]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영화 기생충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단지 빈부격차라는 주제에서 시작해서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죠.
 좋은 사진이란 추상화가 잘 된 것
그러니까 좋은 사진은 추상화가 잘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추상화가 잘 되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추상적인 것의 예로는 감정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보고 싶어지는 일련의 감정과 행동을 그리움이라고 명명하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모호한 개념에 이름을 붙여 분류하는 것을 추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상화가 잘 되었다는 것은 애매한 것을 뚜렷하게 그러냐고, 그렇게 추상화한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납득한다는 것이겠죠.
또 다른 추상화의 예로는 아이콘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장의 아이콘인 하트가 사랑을 표현할 때 쓰인다는 것은 사랑에 빠질 때 심박수가 올라가는 경험을 모두가 하고 그래서 심장이 사랑을 추상화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납득한 것이죠.
그러니까 추상화가 잘 되었다는 것은 구분이 모호한 것들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범주화해 단순하게 표현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사진이란?
그래서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내린 답은 피사체와 구도와 빛을 연출하여 명확한 메세지나 개념, 감정 등을 표현해내는 것입니다. 로버트 카파의 사진을 보면 <전쟁의 폭력성>이라는 주제가 명확하게 그려지고,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에서는 <원초적인 청춘>,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에서는 <아메리칸드림의 이면>이 쉽게 그려지죠.
사진작가의 사진이 아니더라도 상업적인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의 이미지가 섹시함라면 사진에서도 누가봐도 카메라 구도 안에 담은 피사체와 빛, 구도 등의 조합에서 섹시함이 느껴지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인스타그램에 활동하는 무수한 취미 사진가들의 사진을 보고 현타를 느꼈던 것은 그들이 사진에서 어떤 것을 표현할지를 먼저 정하기보다, 유행하고 보편적인 사진을 따라 찍었기 때문인 거죠.
결국 모든 것은 메세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