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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시대, 정보성 콘텐츠는 유효한가?

Fig.1은 2021년부터 약 5년 동안 〈사소한 것들의 역사〉라는 역사 뉴스레터를 발행해왔습니다. 이름 그대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물건들의 역사를 깊이 있게 조사해 소개하는 콘텐츠였습니다.
그동안 약 3,400명의 구독자분들이 함께해주셨고, 그 여정을 바탕으로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고, 외부 매체에 기고를 하기도 했는데요.
결론적으로 뉴스레터를 그만두려고 합니다.

1. AI 시대에 '조사'는 여전히 유효한가

역사를 조사하는 콘텐츠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이런 고민에 쐐기를 박은 것은 AI의 등장이었죠.
사실 생성형 AI가 나온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chatGPT가 조사해준 내용의 퀄리티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거든요. 할루시네이션도 많았고요. 그래서 그냥 내가 더 열심히 책이랑 논문 찾아서 역사를 조사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하지만 기술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고, 이제는 사람이 책과 논문을 뒤져 정리하는 것 못지않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술은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AI와 조사로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Fig.1은 AI와 정보의 양으로 경쟁하는 대신, '인간만이 전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2. ‘조사’ 콘텐츠의 차별성은 어디서 오는가?

비단 AI와의 경쟁뿐만 아니었습니다. 이미 역사 콘텐츠는 유튜브, 팟캐스트, 책, 블로그 등 수많은 채널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Fig.1만의 차별성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수 많은 역사 콘텐츠를 보면서 생각한 차별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① 인사이트
첫 번째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입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여서 모든 역사를 그 분야로 엮어서 인사이트를 이끌어낼 수 있는 깊이가 있는 사람. 혹은 새로운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관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 예를 들면 건축과 정치라는 전문성으로 현상에 대한 인사이트를 이끌어내는 유현준 교수, 김지윤 박사, 그리고 외국인 혹은 다양한 외국에서 살고 교육 받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조승연 작가, 타일러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죠.
뉴스레터에서 시도했던 인사이트
이들의 콘텐츠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자기만의 관점이 담긴 해석이 중심이 됩니다. Fig.1도 뉴스레터 안에서 인사이트를 넣으려고 시도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몇 주 동안 조사한 내용으로 이끌낸 인사이트의 깊이는 너무나도 얕았습니다.
② 팬덤
정보보다 사람을 소비하는 침착맨 삼국지
두 번째는 팬덤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사람들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 예를 들어 삼국지 콘텐츠는 원전도 있고, 수많은 해설서와 만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침착맨이 들려주는 삼국지’를 굳이 찾아 듣습니다. 이것은 정보가 아니라 ‘사람’을 소비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주변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스타가 되는 길 역시 Fig.1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3. 새로운 여정: 조사에서 창작으로

그렇다면 다른 길은 무엇일까요?
흥미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거나, 얕은 인사이트를 덧붙이기보다는 우리가 조사한 역사를 기반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 Fig.1이 내린 결론은 ‘조사에서 창작으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를 위해 단순한 역사 콘텐츠가 아니라, 역사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실험해 왔습니다.
텀블벅에서 시도했던 프로젝트들
카세트테이프에 관한 미니 아트북 | 펀딩 달성률 150%
재즈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리듬 게임 제작 | 펀딩 달성률 133%
이 시도들이 작지만 성공을 거두면서 앞으로 Fig.1은 단순히 역사를 조사하는 곳이 아니라, 역사를 재료로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는 브랜드로 나아가려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뉴스레터를 완전히 내려놓는 것은 아닙니다. 창작을 위해서는 역사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다만 그 주기는 조금 길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