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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는 사실 프랑스에서 온거거든요

돈가스 도톰하게 썬 돼지고기를 양념하여 빵가루를 묻히고 기름에 튀긴 음식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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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1 돈까스는 사실 프랑스에서 온거거든요 

돈까스는 프랑스의 코틀레트côtelette에서 유래되었어요. 코틀레트는 양의 등살을 갈비뼈와 함께 도려낸 고기를 뜻하는 단어인데요. 이것을 가지고 만든 요리를 통칭해서 코틀레트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코틀레트는 주로 빵가루나 계란 노른자를 입힌 다음 프라이팬에서 버터로 굽는 방식으로 요리되었죠. 독일에서는 슈니첼Schnitzel, 이탈리아는 코톨레타Cotoletta, 영어권에서는 커틀릿Cutlet 으로 불렸습니다.
커틀릿은 1700년대에 일본에 소개되었어요. 1787년에 모리시마 주료가 쓴 《홍모잡화》라는 책에서 네덜란드인의 요리 메뉴로 닭고기를 종이에 싸서 구운 커틀릿을 소개했죠.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1872년 가나가키 로분이 쓴 《서양요리통》에 의해 커틀릿을 만드는 방법이 일본에 널리 알려집니다. 일본에서는 커틀릿을 가쓰레쓰라고 불렀어요.

Fig.2 일본도 왕돈까스가 먼저 

1895년에 기타 겐지로가 렌가테이라는 가게에서 처음으로 ‘돼지고기 가쓰레쓰’를 팔기 시작합니다. 돼지고기 가쓰레쓰는 기름에 튀겨 내는 방식으로 만든 요리로 우리가 아는 일본식 돈가스가 아닌 경양식 왕돈가스에 가까운 형태였죠.
우스터 소스나 돈가스 소스 대신 간장에 향신료를 섞어서 직접 만드는 데미글라스풍의 소스를 사용했습니다. 초기에는 곁들이는 채소로 완두콩, 녹두콩, 푸른 잎 채소, 당근, 사과 등을 썼는데 점차 삶은 감자, 튀긴 감자, 으깬 감자, 채소 샐러드, 파슬리 등으로 변경되었죠. 렌가테이가 있는 긴자는 외국인 주거지와 가까웠습니다. 렌가테이의 가쓰레쓰는 외국에는 없는 서양 요리라고 해서 외국인 손님에게도 인기가 좋았다고 해요. 참고로 렌가테이는 아직도 긴자에서 운영 중이라고 하네요.

Fig.3 돈까스의 탄생 

오늘날 우리가 아는 돈가스는 1929년이 되어서야 탄생합니다. 도쿄에 있는 폰치켄이라는 가게에서 시마다 신지로가 처음 팔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죠. 시마다는 궁내청에서 서양 요리를 담당하는 동안 고기를 속까지 익힐 수 있는 가열 조리법을 고안했습니다. 그 덕분에 돼지고기의 두께는 2.5~3㎝로 두꺼워질 수 있었죠. 게다가 칼로 고기를 미리 썰어 놓아 나이프와 포크 대신 젓가락을 사용해 일식처럼 먹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양배추도 곁들여서 내기 시작했죠. 이렇게 개량된 포크가쓰레쓰를 돈가스라고 부르면서 드디어 우리가 아는 일본식 돈가스가 등장합니다.

Fig.4 부유층만 먹을 수 있었던 경성의 돈까스

우리나라는 돈까스가 1910년대 들어오는데요. 돈까스는 부유층만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습니다. 1914년 조선철도호텔과 1925년 경성역 2층의 그릴이라는 음식점에 돈까스가 처음 들어옵니다. 두 곳 모두 외국인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이었죠. 1920년대 후반 30년대 초반에 경성에 세워진 미츠코시 백화점, 미나카이 백화점, 조지야 백화점, 화신백화점에는 모두 꼭대기 층에 돈까스 판매하는 고급 식당이 있었습니다.
30년대가 되면 돈까스가 차츰 일반인에게도 소개되기 시작합니다. 일본인들이 많이 살던 충무로 일대에 경양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돈까스를 판매하는 곳들이 생겨났고, 돈까스가 담긴 서양요리법을 담은 요리책이 발간되고, 여학교에서도 서양식 요리법을 가르쳤습니다. 1937년에는 조선철도호텔에서 투숙객이 아닌 일반 손님들에게도 돈까스를 판매하기 시작하죠.

Fig.5 점차 서민의 음식으로

광복 후에는 서민들도 특별한 날에 경양식당에 들러 돈까스를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정부에서 값비싼 소고기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을 낮췄고, 미국에서 밀가루를 원조 받았기 때문이죠. 이후 70-80년대 경제성장으로 외식 대표 메뉴였던 경양식이 전성기를 누립니다.
하지만 90년대에 접어들면서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 치킨,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게 외식 대표 메뉴 자리를 빼았기죠. 게다가 90년대 후반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오면서 이제 경양식당은 낡은 어른들의 장소가 됩니다.
경양식당에서 벗어난 돈까스는 돈까스 전문점, 기사식당, 분식집의 메뉴가 됩니다. 80년대부터는 전자레인지의 보급과 더불어 돈까스가 냉동식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가정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외의 사실들

돈가스는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돈카쓰(とんかつ)’이고, 국어표준어로는(우리나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돈가스’가 옳은 표기법이지만,(입니다. 하지만) 19(추가)90년대 이전부터 ‘돈가스’와 ‘돈까스’를 혼용해 왔어요.
'가쓰'(カツ)가 '이기다'라는 뜻의 일본어 가쓰(勝つ)와 발음이 같아서 수험생들이 시험 전에 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1918년 도쿄의 가와킨에서는 가쓰레쓰에 카레를 얹어 먹는 가쓰카레를 처음으로 팔기 시작했어요.
돈까스 덮밥인 가츠동의 탄생에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요. ① 1921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카니시 게이지로가 만들었다는 설 ② 1913년 고등학생이던 다카하타 마스타로가 '소스 돈까스 덮밥'을 팔기 시작했다는 설, ③ 등산가가 만들었다는 설 등이 있어요

Reference.

오카다 데쓰, 돈가스의 탄생, 뿌리와이파리, 2006
정명섭. (2021). 한국인의 맛. 추수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