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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마스크는 동물 방광 / 마스크의 역사

마스크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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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1 최초의 마스크는 동물의 방광?!

플리니우스
《금속에 관하여》에 묘사된 광산 호이스트
가장 오래된 마스크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세기 플리니우스Plinius가 쓴 백과사전 ≪자연사 Natural History≫에 등장합니다. 납을 산화시킨 사산화삼납을 다루던 사람들이 동물의 방광을 사용해서 얼굴을 가린다는 내용인데요. 방광막은 분진을 막아주면서 앞은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마스크처럼 이용했죠.
이 마스크는 1556년에 쓰인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Georgius Agricola의 《금속에 관하여De re metallica》에서도 등장하는데요. 마이센 지방(오늘날의 독일)의 광부들이 사용하다는 묘사가 있죠.

Fig.2 악취를 막자!

역병의사
17세기에는 흑사병 등의 전염병으로부터 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복장이 등장합니다. 역병 의사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이 복장은 1619년 샤를르 드 로름Charles de L'Orme이 만들었죠. 처음에는 파리에서만 사용되다가 차츰 유럽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이 복장은 새 부리 모양의 마스크가 특징인데요. 눈은 유리로 가리고, 마스크의 부리 부분에는 각종 허브와 밀짚를 넣어 나쁜 공기로부터 의사를 보호했습니다. 이는 당시 나쁜 공기(악취)가 병을 유발시킨다는 학설인 '미아즈마miasma'가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존 틴달의 마스크
마이즈마 학설은 1800년대까지 이어지는데요. 1860년대 아일랜드의 물리학자 존 틴달John Tyndall 은 소방관들을 미아즈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특수 호흡기를 만듭니다. 이 호흡기는 면 필터와 글리세린, 숯을 이용한 것이었죠.

Fig.3 세균을 막자!

존 틴달이 소방관을 위한 호흡기를 만든 시기는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가 부패와 질병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학설을 제시한 시기이기도 한데요. 이 무렵부터 일부 과학자와 의사들 사이에 세균의 침투를 막는 도구에 대한 논의가 시작합니다.
1879년 프랑스 의사 앙리 헨로Henri Henrot 는 의사의 감염을 막기 위해 코와 입에 끼는 콘 형태의 도구를 제안합니다. 콘 안에 솜털이 있어 공기가 이 솜털을 통과하도록 하는 장치였죠.
비슷한 시기에 독일의 식물학자 칼 나겔리Carl Nägeli 는 젖은 스폰지, 여러 겹의 젖은 천, 또는 글리세린을 사용하여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는 마스크 사용을 제안했죠.
물론 루이 파스퇴르도 마스크의 옹호자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염은 물을 통해서만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쓸모없고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치부하며 조롱했다고 해요.

Fig.4 의사를 보호하자!

1897년 브로츠와프(당시 독일, 현재 폴란드)의 칼 플뤼게Carl Flügge 는 결핵을 연구하는 세균학자였습니다. 그는 1897년 비말을 통해 호흡기로 박테리아가 전달된다는 사실을 증명했어요. 자신의 제자 요하네스 폰 미쿨리츠Johannes Von Mikulicz 와 공동으로 출판한 연구서에서는 입에 붕대를 감고 수술하는 방법을 다루었죠. 여기서 미쿨리츠는 거즈로 만들어진 한 겹의 마스크를 소개하는데요. 이후 미쿨리츠의 조수 휘브너Hübner 는 비말이 퍼지지 않도록 거즈로 만들어진 두 겹의 입 보호 장치를 제작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910년까지 병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흔하지 않았죠.
마스크를 통한 폐흑사병 침투율을 실험 중인 우롄더 박사(우측)와 에버슨 박사. ⓒCRASSH / University of Cambridge
비슷한 시기 만주에서는 폐페스트가 유행하고 있었어요. 당시 페스트는 쥐를 통해 옮겨진다는 설이 우세했으나 중국의 의사였던 우롄더吳連德 는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고 믿었죠. 그는 반 전염병 마스크anti-plague mask 를 제작하고, 1911년 4월 국제 페스트 회의를 개최해 의료종사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독려합니다. 그의 마스크는 미쿨리츠의 마스크와 비슷하지만 여러겹으로 되어 있었고, 겨울철 만주의 열악한 야외 환경에서도 고정되도록 설계되었죠.

Fig.5 개인이 만들어 쓰던 마스크

우리나라에 마스크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1882년으로 추정됩니다. 조선 정부가 마스크에 대한 기록이 쓰여진 《화학 위생론》을 수입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마스크가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였습니다. 1910년대 폐결핵이 유행할 때에도 마스크에 대한 언급 없이 ‘기침을 할 때 천 조각으로 입을 막고 천 조각은 소독해 재사용하라’는 권고가 전부였죠.
마스크가 대중에 알려진 계기는 1918년부터 유행한 스페인 독감 때문이었습니다. 조선에서도 1919년부터 사람이 많은 곳으로 외출하거나 감염자를 간병하는 경우 ‘호흡 보호기’를 착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오죠. 하지만 ‘호흡 보호기’의 판매처가 거의 없어서 여학교 학생들이 ‘호흡 보호기’를 제작하고 개인 구매자들이 실비를 청구해야 했습니다.

Fig.6 호흡보호기, 레스피레이터, 마스크

일본에서 1901년에 특허출원을 받은 호흡기(왼쪽) 1934년에 판매된 다양한 호흡기들(우).
스페인 독감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호흡기 전염병이 유행할 때나 겨울철에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습니다. 1930년대 중반에 이르면 겨울철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죠. 그런데 당시 사람들이 쓰고 다닌 마스크는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흰색 면 마스크가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호흡 보호기’는 마스크와 레스피레이터 두 가지를 묶어서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마스크는 오늘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거즈 마스크를 의미합니다. 1910년대 국제 페스트 회의에서 붙여진 이름이죠.
반면 레스피레이터는 1870년대부터 일본에서 쓰인 제프리스 호흡기를 변형한 일본식 호흡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인 레스피레이터는 겉면은 벨벳이나 가죽 혹은 털실로 만들고, 내부에는 솜이나 탈지면, 거즈 등을 넣은 마스크였죠. 레스피레이터는 착용자의 머리 모양에 따라 코와 입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거나, 감염자의 비말을 제대로 차단할 수 있는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아 실제 효용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많았습니다.

Insight.

미아즈마라는 학설은 틀린 것이기는 했(었)지만 미아즈마를 막기 위해 개발한 방법은 결과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지식에서 최선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위기가 진짜로 오기 전까지는 하지 않죠. 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가면서까지 말이에요. 파스퇴르의 마스크 옹호론을 비난할 때도, 스페인 독감이 발발했을 때도 마스크 반대론자들은 존재했습니다. 사실 위기가 닥쳐야 실행하는 것은 비단 마스크의 착용뿐만이 아닙니다. 마감이 다가와서야 글을 쓰는 저도 마찬가지죠.

Reference.

Schlich, T., & Strasser, B. (2022). Making the medical mask: Surgery, bacteriology, and the control of infection (1870s–1920s). Medical History, 66(2), 116-134, 2022
Bruno J Strasser, Thomas Schlich, A history of the medical mask and the rise of throwaway culture, The art of medicine vol.396, 2020
C Matuschek, The history and value of face masks, Eur J Med Res, vol.25, 2020
Christos Lynteris, Plague Masks: The Visual Emergence of Anti-Epidemic Personal Protection Equipment, Medical Anthropology, vol.37, issue.6, 2018
Pat Poland. (2020). Tyndall’s plan to save firefighters. echolive.ie URL: https://www.echolive.ie/corklives/arid-40104884.html
스미다 도모히사, 코와 입만 가리는 물건: 마스크의 역사와 인류학을 향해, 한국과학사학회지, vol.42, no.3, 2020
현재환. (2022). 일제강점기 위생 마스크의 등장과 정착. 의사학 31권 1호. pp.18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