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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메시와 호날두가 뛰놀던 K-MP3 시장

MP3 플레이어 인터넷 등으로 주고받는 MP3 음악 파일을 저장해서 들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 - 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 목차 -

Fig.1 MP3 파일이 널리 쓰인 이유

추억의 PC용 MP3 플레이어 Winamp
MP3는 음성 데이터를 압축한 포맷으로 MPEG-1 Audio Layer 3의 줄임말인데요. (왜 MA3가 아니죠..?)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MPEG(Moving Picture Experts Group)에 사용되는 음원 규격이었습니다.
이 MP3 규격이 널리 쓰이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CD에서 읽어 온 WAV 파일보다 75~95%나 용량이 적었기 때문인데요.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사람이 못 듣는 소리는 없애고, 겹쳐서 구분할 수 없는 소리는 평균값으로 출력하는 등의 방법을 썼기 때문이죠.
게다가 마침 PC와 인터넷이 발전했고, 무엇보다 1987년 MP3를 개발한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이 기술을 누구나 사용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요. 덕분에 많은 개발자와 업체들이 동시에 MP3 관련 툴을 만들게 되었죠. 그렇게 해서 1997년 PC용 MP3 플레이어, WinAMP의 등장을 시작으로 사용자들이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Fig.2 한국 중소기업의 애환이 담겨있는 MP3 플레이어

세계최초의 MP3 플레이어, mpman f20
MP3 기술은 독일에서 개발되었지만 의외로 MP3 플레이어는 1996년 한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졌습니다. 그것도 대기업이 아닌 디지털캐스트라는 작은 중소기업이었죠.
자금력이 부족했던 디지털캐스트는 새한그룹에 투자받아 1998년 F-10이라는 이름의 시제품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mpman F-20으로 시장에 선보이는데요. (디지털캐스트라는 이름을 빼버리는 흔한 K-횡포). 하지만 F-20 출시를 불과 5달을 남겨두고 한국에 IMF가 찾아옵니다. IMF로 인해 마케팅을 거의 하지 못했고, 게다가 가격도 워크맨의 두 배가 넘는 250달러로 책정됩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게 망해버렸죠.
아이팟 버튼의 레퍼런스였다는 Rio pmp300
2001년 최초의 iPod
이 실패로 디지털캐스트는 폐업 직전까지 가는데요. 그러던 중 미국의 그래픽카드 업체인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Diamond Multimedia라는 회사에서 제안이 옵니다. 결국 디지털캐스트는 다이아몬드 사에 투자받고 자신들이 가진 특허권을 모두 넘기게 됩니다. 이후 다이아몬드 사와 디지털캐스트는 리오Rio라는 MP3 플레이어 브랜드를 만들어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게 되죠.
참고로 이 리오 MP3 플레이어의 원형 조작 버튼을 보고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의 영감을 받았다는 설도 있습니다.

Fig.3 애플을 씹어먹으려던 아이리버

아이리버의 iMP-100
2000년에는 전직 삼성전자 임원이 MP3 시장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회사를 설립합니다. 바로 아이리버 브랜드로 더 유명한 레인콤이었죠.
원래 MP3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MP3 파일을 재생하는 장치였습니다. 그런데 2000년 출시한 아이리버의 iMP-100은 CD 플레이어에 MP3, WMA, ASF 파일 등 여러 종류의 파일을 모두 재생할 수 있는 멀티 코덱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었죠. 게다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펌웨어 방식을 채택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이리버는 해외에서는 소닉블루와 OEM*계약을 통해 ‘리오볼트’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어요. 리오볼트는 출시 6개월 만에 점유율 1위에 오릅니다.
*OEM :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을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유통만 아이리버가 담당하고, 소닉블루라는 회사에서 제조해 리오볼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거예요.
선풍적인 인기였던 iFP 100
2002년엔 iFP 100 프리즘이라 불리는 삼각기둥 형태의 MP3 플레이어를 출시합니다. 플래시 메모리, 라디오, 다이렉트 인코딩 기능, 녹음 등의 기능을 탑재해 엄청난 히트를 치면서 세계시장 1위에 자리에 오릅니다.
애플을 씹어먹으려던 아이리버 (는 꿈..)
아이리버 제품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3억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레인콤은 불과 5년 뒤인 2004년 4,5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죠. 당시 아이리버가 세계 MP3 시장의 25%를 점유했다고 해요. 2005년 애플의 아이팟 나노가 등장했을 때 사과를 씹어 먹으며 ‘Sweeter than apple’을 외칠 수 있는 패기는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물론 그 이후의 상황은… (칫솔살균기 팔이)

Fig.4 다기능 MP3 등장! 근데 이제 256MB를 곁들인

초기 MP3 플레이어는 당연하게도 음원만 재생하는 기기였는데요. 2001년 12월 코원(당시 ‘거원’)에서 보이스 레코더, FM 라디오 및 FM 라디오 녹음 기능 등을 추가한 cw200을 선보입니다. 당시 ‘All in One’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cw200의 등장으로 다기능 MP3 플레이어의 시대가 시작되죠. 참고로 cw200은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했고, 용량은 256MB였는데요. 음악만 채우기에도 모자란 용량인데 녹음까지 하려니 저장용량이 턱없이 부족했죠.
위에도 있지만 또다시 최초의 iPod
반면 애플은 아예 2001년 HDD를 탑재한 아이팟iPod으로 MP3 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하죠. 최초의 아이팟은 5GB 용량으로 1,000여 곡을 저장할 수 있었는데요. 당시 타 기기들이 20-40여 곡을 저장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차별화가 되었죠. 하지만 당시 HDD 기술은 안정적이지 못해 중간중간 꺼지는 경우가 있었으며, 2.5인치 HDD를 이용해 크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Fig.5 아이팟 나노를 피할 피난처, PMP

지금봐도 이쁜 아이팟 나노 1세대 ⓒApple
세계 시장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애플 기기를 꼽자면 2005년에 출시한 아이팟 나노iPod nano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입니다. 아이팟 나노는 디자인도 예쁘고, 성능도 좋았으며 심지어 출시가가 199달러로 꽤 저렴했거든요.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냐면 당시 애플과 맞짱뜰 수 있었던 아이리버는 아이팟 나노의 등장으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삼성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mp3 플레이어 업체들이 문을 닫은 계기가 되었죠.
2002년 월드컵 이후 위성 DMB와 지상파 DMB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이팟 나노가 시장을 독식하니 국내의 많은 업체는 PMP 시장으로 진출하죠. 코원도 MP3 플레이어 사업을 접고 PMP 시장에 집중합니다.
대체 뭔지 모를.. 최초의 PMP Jukebox 6000
PSP 1000
PMP는 2002년부터 등장합니다. 아코스Archos에서 만든 주크박스 멀티미디어Jukebox Multimedia가 그 주인공이에요. 컬러 스크린을 탑재하긴 했지만 1.5인치에 불과했죠. 그래도 다음 해에는 3.8인치 화면과 20GB HDD를 갖춘 AV300을 출시하며 제법 쓸 만한 모습을 보입니다. 같은 해, 도시바TOSHIBA는 기가비트를 출시하고 델Dell은 Dell DJ를 출시하면서 PMP 시장은 점점 커집니다.
2004년에 등장한 소니의 게임기 PSP에도 동영상이 재생되면서 PMP 시장의 파이의 일부분을 차지하기도 했어요. 심지어는 전자사전에도 영상 재생 기능이 들어가게 되면서 PMP 시장에 뛰어들게 되죠.
때마침 인터넷 강의 콘텐츠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요와 공급이 함께 커지고 모두가 사이좋게 공생하는 것처럼 보였죠. 애플이 이 시장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Fig.6 아이폰으로 대동단결

보기만해도 화나는 피처폰의 인터넷
진짜 혁신이었던 iPhone의 인터넷 ⓒappleinsider.com
이제 MP3 플레이어에는 음악 재생, 동영상 재생, 라디오, 녹음, DMB, 텍스트 뷰어, 전자사전, 간단한 게임 등의 기능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제 들어갈 건 다 들어간 것처럼 보였는데요.
2007년,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연이어 세상에 선보입니다. 아이팟 터치는 영상뿐만 아니라 무려 MP3 플레이어에서 인터넷이 가능한 기기였죠. 사실 당시 휴대폰에서 인터넷이 되는 것은 그리 놀라운 기능은 아니었습니다. (폴더폰의 인터넷 버튼...) 진짜 혁신은 Wi-Fi 탑재와 컴퓨터에서 보이는 웹 화면이 그대로 휴대용 기기에 보인다는 것이었죠.
아무튼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의 시대로 변화하게 되고, 스마트폰과 기능이 완전히 겹치는 MP3 플레이어는 소수 업체에서 명맥만 겨우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2년 아이팟 터치의 단종을 끝으로 애플은 자신이 장악했던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게 되었습니다.

Reference.

이진혁, 이영천, 구윤희. (2013). MP3Player의 변화에서 나타나는 재매개적 특성 Ⅰ : 계보적 변화와 재매개성.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3 Vol. 13 No. 11
작자미상. (2001). MP3의 간략한 역사. 지디넷. URL: https://zdnet.co.kr/view/?no=00000010042551
기즈모. (2014). [한국의 컬덕트 ⑥] 세계 최초 MP3플레이어 디지털캐스트 F-20. FKI자유광장. URL: https://fkisocial.tistory.com/2630
작자미상. (2009). 아이리버 족보로 보는 'MP3 10년史'. 전자신문. URL: https://news.v.daum.net/v/20090928171010983
이건엄. (2015). [그땐그랬지] 아이리버·코원 그들이 살아남는 방법. 파이낸셜투데이. URL: https://www.f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