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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콘센트 하나로 통일 좀 해줘라

플러그   전기 회로를 쉽게 접속하거나 절단하는 데 사용하기 위하여 코드 끝에 부착하는 접속 기구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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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한 집당 벽면 콘센트 한개

로터리 컨버터
크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1800년 볼타 전지를 시작으로 전기 기술은 19세기 급속하게 발전하는데요. 불과 100년도 안 되어서 전기는 가정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죠. 전기가 가정용으로 보급될 수 있었던 이유는 1888년 로터리 컨버터라는 것이 발명되면서부터인데요. 이 로터리 컨버터는 전압, 주파수, 위상 등을 원하는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장치입니다. 그러니까 전기가 모든 가정에 동일한 전압으로 표준화가 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에요.
처음 전기가 가정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는 조명용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천장에 달린 소켓만 있었던 거예요. 1930년대 초까지도 기술적 한계로 인해 한 가구당 6개의 천장 소켓과 1개의 벽면 소켓만 있었다고 합니다. (영국 기준)
1909년 토스터기 ⓒwww.worldstandards.eu
전구와 비슷해보이는 초기 전기 플러그
참고로 벽면 콘센트 아니고 소켓 맞습니다. 당시 전기 기기들은 오늘날과 같은 꽂는 플러그가 아니라 전구를 끼우듯이 돌리는 형태였기 때문이죠. 이 나사 연결 플러그는 1880년대 중반 에디슨에 의해 개발되었고 20세기 초까지 산업 표준이었죠.

Fig 2. 파나소닉을 만들어낸 멀티탭

대략 이런 느낌의 쌍소켓
마쓰시타 고노스케
앞서도 말했다시피 1930년대까지 대부분 가정에는 벽면에 하나의 소켓만 있었어요. 그러니까 천장 조명을 제외한 2개 이상의 전기 기기를 사용하려면 추가적인 어댑터가 필요했죠.
이 어댑터는 1918년 일본에서 발명됩니다. 작은 전기용품 가게를 운영하던 일본의 한 전기공이 쌍소켓을 발명하는데요. 이 쌍소켓은 히트 상품이 되어 그의 가게를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게 되죠. 이 기업이 바로 훗날 파나소닉이 되는 마쓰시타 전기산업입니다. 그리고 이 전기공은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이죠.
테이블 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멀티탭
멀티탭 절망편 ⓒReiner Hahn
참고로 멀티소켓 말고 우리가 쓰고 있는 멀티탭 형태는 1929년에 테이블 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1970년에는 Fedtro라는 회사에서 콘센트 구멍마다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을 선보이죠.

Fig 3. 유럽과 미국의 평행이론?!

앞선 에디슨의 소켓형 플러그는 불편했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꽂는 형태의 플러그가 등장하게 됩니다. 재밌는 건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발명했는데 발상이 비슷했다는 점이에요.
 유럽 승 : 일자형 플러그
꽂는 형태의 플러그는 유럽에서 먼저 등장합니다. 1882년 영국의 토머스 테일러 스미스가 "전기 회로 연결"에 대한 특허를 낸 것이 최초이죠. 1889년 제너럴 일렉트릭 컴퍼니 카탈로그에도 꽂는 플러그가 등장한 것을 보면 상용화도 빠르게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893년 GEC 카달로그에 실린 전기 플러그
1904년 허벌(Hubbell)의 플러그 제품들
반면, 미국에서는 유럽보다 22년이 늦은 1904년 하비 허벨에 의해 발명됩니다. 산업 표준이 소켓형이었기 때문에 그의 발명품은 소켓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형태였죠. 하비 허벨은 이후 허벨 회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데요. 오늘날의 멀티탭과 비슷한 형태의 제품도 있죠.
 미국 승 : 접지 플러그
Knapp의 접지 플러그
1925년 등장한 슈코 플러그
누전을 방지하기 위한 접지 장치가 들어간 플러그의 발명은 미국이 유럽보다 빨랐습니다. 허벨 회사에 재직 중이던 조지 냅 (George Knapp)이 1915년 3핀짜리 콘센트, 즉 접지 장치가 들어간 플러그를 개발한 것이죠.
유럽에서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1925년 (주)바이에른 전기 악세사리(Bayerische Elektrozubehör AG)에 재직 중이던 알베르트 뷔트너가 개발합니다. 이 소켓은 안전 콘센트를 의미하는 독일어 'Schutzkontakt'의 줄인말인 슈코(Schuko)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죠. 현재는 type F로 규격으로 불리며 현재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규격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접지 기능이 있는 이 두 플러그는 안전성과 편리성을 인정받아 미국과 유럽의 표준이 되었죠.

Fig 4. 하나로 통일 시켜라 제발 좀..

옛날 스페인 콘센트. 어떻게 쓰는 지 상상도 못하겠다..
옛날 그리스식 콘센트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전기 소켓은 나라별로 독자적으로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나라마다 모양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나라끼리도 표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100년 전 사람들이라고 안 한 것이 아니었죠.
1906년 영국에서 비영리 국제기구 국제 전기기술 위원회(IEC)가 창설되어 총대를 메는가 싶었는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애매한 상태에서 표준화가 멈춰버립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다시 유럽 국가 12개국이 모여 회의하는데요. 1938년 영국과 1939년 프랑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조장하실 분!’을 외쳤지만 서로 눈치만 보고 시간만 끌다가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흐지부지되었죠.
1957년에야 국제 전기 장비 승인 규칙 위원회(IECEE)에서 플러그 및 콘센트의 표준이 발표되긴 했지만, 이는 기술 보고서에 불과했습니다. 1963년이 되어서야 '유로 플러그'라고 불리는 것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각국의 전기 인프라가 이미 깔린 상황에서 뭐... 통합은 이미 물 건너갔죠.
세계표준이라 쓰고 남아공 전용이라 읽는 N타입
세계표준은 왜 없냐고요? 놀랍게도 있습니다. 1986년 제정된 유니버설 플러그(Type N)가 그 주인공이죠. 세계 표준 규격인 만큼 접지도 있고 플러그가 두껍지 않아 합리적인 플러그였죠. 근데 왜 안 쓰냐면... 전 세계 전기 인프라를 갈아엎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당시 전기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았던 애꿎은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브라질에서만 이 플러그를 채택했죠. 심지어 브라질에서는 N 타입 변형 플러그도 나와 현재는 사실상 남아공 전용 플러그죠.
결국 통일된 건 하나 없이 A~O Type이 존재하는 현재에 이르렀는데요. 러프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A-O 까지의 플러그&콘센트 타입 (혼파망..)
미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 A,B
영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 C,D,G,M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나라 E
독일을 필두로 사실상 유럽 표준 F
오세아니아 및 중국 I
소수 국가들에서만 쓰는 H(이스라엘), J(스위스), K(덴마크), L(이탈리아), O(태국)
세계표준이라 쓰고 남아공, 브라질용이라 읽는 N

Fig 5. 우리나라는?

ⓒ에너지 경제신문
우리나라는 전기 인프라가 깔리기 시작한 것은 미군정 시기부터인데요.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 표준인 A, B 타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1970년대 초까지 미국 표준을 잘 쓰고 있었죠.
하지만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발전소가 부족해 전력 사정이 열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사용량이 점차 늘어나자 정부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1973년부터 2005년에 걸친 '220V 승압 사업'인데요.
전압이 높아지자 감전 등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type F를 채택합니다. type A, B의 경우에는 코드를 완전히 빼기 전까지는 전기가 통하기 때문에, 살짝만 걸쳐있는 상태에서 쇠 부분을 잡으면 감전되는 안전성 문제가 있었거든요.

Reference.

Damon Taylor. (2014). Plugging in: Power sockets, standards and the valencies of national habitus. Journal of Material Culture
Digital Museum of Plugs and Sockets. URL : https://www.plugsocketmuseum.nl
한국전력공사 배전처. (2005). 220V 승압 사업의 의의. 대한전기협회전기저널. 대한전기협회
김태웅. (2021). 나라마다 다른 '전기플러그', 왜?. 윕뉴스 URL: https://www.wip-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365
한국전기연구원 KERI. (2018). 우리나라는 어떻게 220V를 쓰게 됐을까. 한국전기연구원 블로그. URL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2911030&memberNo=4770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