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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만든 K-전기밥솥?!

전기밥솥 전기 저항에 의하여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여 밥을 짓도록 만든 솥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목차 -

Fig 1. 라디오 수리점에서 판매하는 전기밥솥

Figure.1 최초의 전기밥솥
소니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놀랍게도 소니의 첫 제품은 전기밥솥이었습니다.
근데 더 이상한건 1946년 창업한 소니는 원래 라디오 수리점이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라디오 수리점에서 전기밥솥을 출시한거예요. 그래서 일까요? 결과는 대실패였습니다. 전기밥솥을 수백 대 생산했지만 팔지 못하고 창고에 재고로 쌓였다고 해요. 비슷한 시기에 미쓰비시에서도 전기밥솥 제작을 시도하지만 실패했죠.
창업자 이부카의 회고에 따르면 “고급 쌀을 조심스럽게 끓이면 꽤 쓸 만했지만, 조금이라도 쌀의 품질이 떨어지면 너무 질거나 훌훌 날리는 밥이 나왔다.” 라고 합니다.

Fig 2. 밥 짓는거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Figure.2 지금봐도 세련된 도시바의 전기밥솥
전기밥솥 그거 그냥 전기로 물 끓여서 밥지으면 되는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는데요. 밥 짓는 게 생각보다 복잡한 일입니다. 우선 쌀의 종류에 따라 물의 양, 가열 시간, 뜸 들이는 정도가 미세하게 달라야해요. 지금도 밥솥에 보면 잡곡밥 현미밥 기능이 따로 있죠. 또 열을 너무 오래 가하면 쌀이 타서 바닥에 눌어 붙게 되고, 뜸을 제대로 들이지 않으면 아래는 익고 위쪽은 설익은 ‘삼층밥’이 만들어지죠. 게다가 온도와 기압 등 주변 환경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요.
핵심은 언제, 얼마큼 온도를 변화시켜야 밥이 타지 않을지, 그리고 물이 끓기 시작한 후 몇분있다가 불을 꺼야하는 지를 알아내는 것이었어요. 이 어려운 일을 1955년 도시바에서 해냅니다. 제대로 된 전기밥솥이 출시되자마자 대히트를 하고 일본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죠.
재밌는 건 당시에는 밥을 짓는 전기밥솥과 보온기능만 있는 전기밥통이 따로 있다는 점이예요. 그래서 1970년대까지는 아궁이에서 밥을 짓고 밥통에 옮겨 놓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Fig 3. 여행가서 밥솥 잘못사면 구속(feat. 코끼리표 밥솥 사건)

Figure.3 1983년 2월 8일 조선일보에 실린 '코끼리표 밥솥 사건'
우리나라에도 1960년대부터 전기밥솥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는데요. 금성사, 영신산업, 한일전기 등의 회사에서 전기밥솥을 내놓았지만 “불꽃이 튀고 감전이 되는가 하면 2시간이 넘어도 밥이 되지 않는 등” 품질이 떨어졌기 때문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일본 제품을 알아줬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조지루시’의 제품들, 일명 코끼리표 밥솥이 유행하게 됩니다. 아는 사람이 일본 간다 그러면 코끼리표 밥솥 사다달라고 부탁했다고 하죠.
그러다가 일명 ‘코끼리표 밥솥 사건’이 터지는데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1983년 1월, 전국주부교실 부산지부 회원 17명이 일본 시모노세키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귀국길에 다들 코끼리 밥솥을 양손에 들고, 심지어는 손이 부족하니까 짐을 발로 밀면서 밥솥을 사온 거예요.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유난스런 관광객의 헤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하필 일본 아사히 신문 기자가 이걸 본 거죠. 바로 며칠 후에 신문에 기사가 납니다.
아사히 신문 : 「한국인 손님 때문에 매상고가 늘어난다」
그때가 이제 막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어서,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고 해외여행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았거든요. 그럴 때 이런 사건이 터지니까 전국적인 이슈가 된거죠. ‘분별없는 아줌마들의 걸신스러운 쇼핑 바람으로 나라가 망신을 샀다’라고 국내 신문에서 보도되고, 심지어 담당 여행사 직원은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어요.

Fig 4. K-전기밥솥은 전두환이 만들었다는 썰

Figure.4 테플론으로 만든 테팔, 그 테플론으로 만든 밥솥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이 전두환이었는데요. 전두환 대통령이 이걸 보고 경제과학 담당 비서관을 불러내서 막 호통을 쳤다는 썰이 있어요. 썰에 따르면 전두환 대통령이 이랬다고 하죠.
 전두환 : “밥통도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주제에 어떻게 일제 밥통을 사 가지고 들어오는 여편네들을 욕해? 6개월 안에 다 만들어. 이 밥통 못 만들면 밥 그만 먹을 생각을 하라구!”
이때는 뭐 만들라면 만들어야되는 시기였잖아요. 그래서 바로 정부출연 연구소 기관장들이 청와대에 모여서 머리를 맞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나온 기술이 ‘불화탄소수지(PTFE) 코팅기술’인데요. 밥솥에 불화탄소수지 코팅을 하면 밥이 안눌어붙는 것이었죠.
*불화탄소수지의 다른 이름은 테플론. 안 눌어붙는 후라이팬 광고로 유명한 테팔의 상표명이 바로 테플론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죠
아무튼 이 기술이 초고속으로 개발되고, 청와대에서는 시제품으로 대통령 영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직접 지은 밥을 먹어보는 시식회를 열기도 했어요.

Fig 5. 화재의 아이콘에서 화제의 아이콘으로

Figure.5 쿠쿠하세요~ 쿠쿠
근데 이 기술을 개발을 하고 나니까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이 기술이 한 기업의 주도로 만들어진게 아니니까 기술을 어디다가 주고 제품 생산을 해야하냐 결정해야 했던 거죠. 최종적으로 이 기술은 당시 가장 불쌍했던 전기밥솥 생산업체였던 성광전자에게 넘어갑니다.
성광전자가 왜 불쌍한 전기밥솥 생산업체냐면...
1982년 한 가정집에서 불이 납니다. 끝내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죠. 그런데 이 집에 하필 성광전자의 밥솥이 있었어요. 당시의 전기밥솥 안정성이 안좋았기 때문에 종종 밥솥때문에 화재가 발생했었는데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화재의 원인도 밥솥에 있다고 의심한 거죠. 이 소문으로 성광전자의 매출은 뚝 떨어지고, 약 3억 원의 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불쌍했던 성광전자에게 정부가 개발한 기술이 전수되고, 이후로도 성광전자는 기술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요. 이 성광전자는 1998년 쿠쿠라는 브랜드를 출시하죠.

Fig 6. 우리나라가 최초로 만든 기술에 중국인들이 줄을 서서 사가고,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황

요즘도 그런말이 있죠. ‘압력밥솥으로 해야 밥이 더 맛있다.’ 이게 전기밥솥이 내솥의 밑바닥만 가열하기 때문에 그런거든요. 그래서 많은 양의 쌀을 넣게되면 맨 아래는 타고 맨 위는 설익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것이 인덕션 히팅(일명 IH)방식 전기압력솥입니다. 요즘 인덕션과 같은 원리인데,
인덕션 코일을 밥솥 둘레에 감아 사방에서 열이 전달되도록 한것이죠. 그럼 쌀이 구석구석 익게 되어 맛있는 밥이 완성! 이 기술을 쿠쿠가 2006년에 최초로 개발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전기밥솥 기술이 좋아지면서,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제품을 사갔던 것 처럼 중국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사가기 시작했는데요. 심지어는 중국시장을 공략한다고 중국 음성 기능을 넣은 제품을 보고 중국 소비자들이 중국제 짝퉁이라고 생각해 판매가 저조했다라는 말도 있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 제품을 추월했다 그런건 아닙니다. 국내 점유율은 압도적이지만 해외에서는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의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죠. 물론 점점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지만요.
Figure.6 일렁이는 불꽃을 재현한 밥솥
Figure.7 이렇게 대류현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의 코끼리표 밥솥 회사에서 가마솥의 일렁이는 불꽃을 재현한 밥솥을 출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아무튼 한때는 기술을 수입해와야했던 관계에서 세계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거죠. 누구보다 밥에 진심인 민족이니까 앞으로도 더 좋은 제품이 나올꺼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Reference.

최형섭. (2001).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이음
유선주. (2018). 응답하라 ‘코끼리표밥솥'...추억의 밥솥사. 한겨례. URL: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67502.html
김태웅. (2020). 주방가전 한류의 중심 ‘전기압력밥솥', 밥맛과 편의성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URL: https://www.wip-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