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빨래하는 기계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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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어떻게든 빨래를 쉽게 해보려던 시도들
빨래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손빨래 일주일만 해보면 압니다. 노동시간과 강도도 높고, 무작정 한다고 잘 빨리지도 않아 숙련도까지 필요한 작업이죠. 그렇기 때문에 빨래를 쉽게 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왔는데요. 초기에는 세제와 관련되어 있었다면, 18세기부터는 세탁기에 대한 아이디어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최초의 세탁기는 1767년 야코프 크리스티안 셰퍼Jacob Christian Schaffer 에 의해 탄생합니다. 손으로 축을 돌리면 통 안에 있는 솔이 돌아가는 형태였죠. 돌리는 행위를 좀 더 쉽게 만든 형태가 등장합니다. 이후로도 수많은 세탁기가 발명되고 누가 최초인지에 대한 말이 많은데요. 19세기까지 등장한 세탁기는 대부분 원형 통에 크랭크축으로 돌리는 형태로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물론 이런 저세상 세탁기도 있습니다.
1897년 수레를 굴리면 빨래도 구르는 신개념 세탁기
1885년 양쪽에 애들이 그네를 타면 통이 돌아가는 세탁기
Fig 2. 세탁소 vs 세탁기(feat. 코인세탁소)
초기 세탁기는 대부분 가정용이 아니었습니다. 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수도 인프라가 제대로 깔리기 전이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초기 자동 세탁기는 증기기관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정에서 쓰기 어려운 물건이었죠. 그래서 1860년대 미국의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 규모가 있는 세탁소가 먼저 등장합니다.
1930년 미국의 한 세탁소 ⓒwww.worthpoint.com
1920년대부터 전기세탁기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전기와 수도가 빠른 속도로 미국 가정에 보급되자 가정에도 세탁기를 들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흑인 가정부를 많이 거느린 남부의 가정에서는 세탁기 보급이 더뎠죠.
아무튼 세탁기가 보급되자 세탁소는 가정용 세탁기를 경쟁자로 의식하면서 네거티브 광고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세탁소가 더 잘 세탁이 된다.', ‘세탁을 집에서 하면 주부가 우울하다’라는 식의 광고였죠. 물론 세탁기 업체도 맞받아쳐, ‘세탁기를 쓰면 세탁소에 셔츠를 맡길 필요가 없다’는 광고를 내보냈어요. 이 네거티브 경쟁이 너무 심해지자 1927년, 1933년에는 네거티브 광고를 자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죠.
하지만 대공황으로 가정용 세탁기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많은 사람이 세탁기를 살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진 것이었죠. 그러자 1934년 텍사스에서는 세탁기를 잠깐 빌려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는데요.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코인세탁소와 비슷한 형태죠. 다만 동전을 넣고 작동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주 직원이 있고, 직원에게 결제해야 했어요. 게다가 건조기가 따로 없었기 때문에 빨래를 돌고 집에 가져가서 말려야 했어요.
동전 결제가 가능해진 것은 1957년부터인데요. 덕분에 24시간 코인세탁소가 가능해졌죠. 이러한 편리성 때문에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세탁소 사용이 급증했죠.
Fig 3. 자동의 자동의 자동
1907년 최초의 전기 세탁기
통이 2개! 1931년 2-Tub Washer
1907년 토르Thor 사에서 전기로 작동하는 최초의 세탁기가 발명됩니다. 통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세탁기였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전기세탁기가 널리 사용된 것은 1930년대부터인데요. 앞서 말했듯이 그전까지는 전기와 수도가 가정에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자동 세탁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탁기를 사용해도 계속 세탁기를 신경을 써야 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1920년대까지 세탁기는 타이머가 없어 빨래를 보고 있다가 사람이 직접 꺼야 했고, 배수 파이프를 직접 갖다 대주어야 했죠.
1931년 출시되었던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2-Tub Washer는 탈수기가 위에 붙어 있다는 점을 혁신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요. 물론 아래서 헹군 빨래를 직접 빼내서 탈수기에 옮겨 물기를 짜내야만 했죠.
이제 진짜 현대식 세탁기
세탁기 확장팩(?)은 유료일까?
반면, 1936년 등장한 자동 세탁기는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다이얼만 맞추면 탈수까지 다 되는 혁신적인 기계였어요. 실제로 벤딕스Bendix 에서 자동세탁기를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였을 때 빨래를 돌려놓고 영화를 보고와도 된다는 식으로 홍보했죠. 게다가 이 세탁기는 위가 아닌 전면에 뚜껑을 달았어요. 오늘날의 드럼세탁기의 조상이라고 볼 수 있죠.
1961년에는 오늘날 울 세탁, 이불 빨래 등등을 선택할 수 있듯이 프로그래밍이 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세탁기가 등장하는데요. 후버Hoover 사의 'Keymatic'으로 게임팩을 넣듯이 'Keycard'를 넣으면 프로그래밍이 된 빨래 옵션이 가능한 세탁기였어요.
Fig 4. 부엌 논쟁
냉전이 한창이던 1953년 스탈린이 죽고 니키타 흐루쇼프가 소련의 서기장으로 취임했는데요. 흐루쇼프는 서방과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면서도 경쟁을 통해 미국을 따라잡고 추월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1958년 미국과 문화교류협정을 맺고 뉴욕과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었죠.
이 전시는 사실상 ‘소련은 공산주의가 더 우월하다’, ‘미국은 자본주의가 더 우월하다’를 보여주려는 전시였는데요.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원자력 쇄빙선 등의 첨단 기술을 전시했고, 미국은 야구, 재즈,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등 라이프스타일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전시했죠.
모스크바의 미국전시관 오픈 하루 전날, 흐루쇼프가 갑자기 전시장을 방문해 닉슨 부통령과 만나게 되었죠. 이 곳에서 자강두천(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이것을 부엌 논쟁이라고 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죠.
(좌)닉슨과 (우)흐루쇼프. 욕하는거 아닙니다
이 ‘부엌 논쟁’은 냉전 중 가장 유명한 일화중 하나인데요. 이후 미국에서 닉슨의 인기는 높아졌다고 해요. 그럼에도 직후 대통령 선거에서 케네디한테 졌...
Fig 5. 알아두면 어디가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6가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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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동네 세탁소는 1980년대 대거 등장했습니다. 아파트로 주거 문화가 바뀌고, 양복과 교복 생활, 기성복 시장 활성화 등으로 세탁의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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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퓨타 세탁은 이전까지 반자동 혹은 수동으로 작동했던 세탁기와 달리, 버튼 한번만 누르면 세탁이 자동으로 되는 컴퓨터 회로가 들어 있는 세탁기를 이용한다는 뜻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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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국내 제조 세탁기는 금성사의 백조 세탁기(WP-181)입니다. 용량은 1.8kg으로 요즘의 1/10 수준이지만 국가등록문화재로도 등록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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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세탁소는 1914년부터 운영했어요. 조선호텔 개관 당시부터 이어져 온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세탁소가 그 주인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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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에서는 인터넷보다 세탁기를 더 혁신적인 발명품으로 보기도 합니다. 가사 노동시간을 줄여 여성의 경제 참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보았거든요. 실제로 1940년 미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탁기 도입후 세탁시간은 평균 4시간에서 41분으로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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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의 세탁기 시장 점유율 1,2위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차지하며 점령하다시피 했는데요. (2020년 말 기준 삼성 20.7%, LG 16.7%) 이에 미국은 2023년까지 한국산 세탁기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어요.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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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호. (2020). 세탁기의 배신. 뿌리와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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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 (2018). [ESC] 한국의 세탁소는 컴퓨터 수리점?. URL: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712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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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Pappalardo. (2019). The Secret History of Washing Machines. URL: https://www.popularmechanics.com/technology/design/g28510912/history-of-washing-mach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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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own. (2021). Explore the Fascinating History Behind Laundromat. URL: https://www.hamperapp.com/post/what-s-in-a-name-explore-the-fascinating-history-behind-laundromat